정의평화위원회는 10월 23일 인천교구 노동자센터에서 이태원 유가족을 모시고 말씀을 듣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지 2년이 되었지만, 이태원 유가족들은 소중한 가족과 이별한 아픔을 안고 참사의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활동하고 계셨습니다. 유가족 간담회는 유대기 변호사(정평 위원)의 사회로 이태원 유가족들의 소개와 지금까지 지내신 이야기, 참여자 질의로 진행되었습니다. 

최다빈님의 아버지 최현님은 늦둥이 막내딸을 잃은 가족의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다빈이는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고 4학년 2학기부터 취업을 해서 2년동안 일을 했습니다. 금요일이면 '아빠, 오늘은 뭐먹을까?'하며 연락하고 저녁이면 같이 술 한 잔 기울이는 통하는게 많은 늦둥이 딸이었지요. 그날도 친구 생일로 삼각지 역에서 저녁 먹고 이태원 들렀다 온다고 했어요. 저녁 9시 58분 도착!이라는 메세지가 끝이었습니다. 저녁 내내 기다리다 12시간을 찾아 헤맸어요. 알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겨우 기자한테서 명단을 받아서 의정부에서 아이를 찾았습니다. 병원에서 아이 얼굴만 내놓고 있는 딸을 보고 다가가려니 경찰이 손대지 말라고 얼굴만 보라고 해요. 아니 가서 안고 만지고 싶다 해도 안된다고..."

"사람들은 세월 가면 잊혀지겠지 하지만, 오히려 저희는 세월이 가면 갈수록 울컥하고 치솟아요. 아이들이 죽은 원인도 모르는데, 무슨 낯으로 아이들을 보겠어요? 원인을 알아야 잊고, 좋은 곳으로 먼저 가라. 나중에 만나자 하겠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마음에서 보내지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이태원 참사를 접하고 마음 아파 했지만 실제 가족들을 직접 뵙고 그 마음을 들어보니, 정말 이태원 참사의 상황이 조금더 생생하게,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윤성근씨의 아버지 윤석님은 이태원 참사 현장에 인권은 없었다며, 인간의 생명을 도구로 여긴 정부가 의심스럽다고 하시며 억울한 마음을 얘기해 주셨습니다. 

" 이태원 참사의 과정 과정을 들여다 보면 참 천인공노할 일들이 많았습니다.  청춘 남여 아이들이 길거리에 알몸으로 방치된 채 놓여지고 생명이 있었던 다수의 사람들이 가까운 순천향병원에서 조치 받지도 못한채 1시간을 걸려 목동 이대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스마트 워치 등으로 다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었어요. 그렇게  중구난방으로 컨트롤 타워도 없고 정부도 없었어요. 정말 우리 안전을 지켜 줄 능력도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안전을 맡긴 것이죠. 마약 전쟁이라는 정권의 프레임에 우리 아이들을 집어넣은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생명보더 더 중요한 것이 있나요? 정부에게 생명은 그저 도구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가족들에게 10월은 악마의 달입니다. 그때 이후로 모든 것이 정지되어 있습니다."

참사의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 너무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가 처벌되도록 행동하는 일만이 유일한 실천이라 여긴 유가족들은 그래도 시민,종교 단체가 함께 해 주어 이자리까지 올 수 있었고, 이태원 특별법을 통과 시킬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말씀도 전해주셨습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족회의 전태호 위원장과 김영주 부위원장은 "이태원 특별법이 통과되고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이태원 유가족들 이제부터 정치인들 말 절대 믿지 말고, 특조위가 제대로 역할 하도록 계속 요구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몸 더 잘 추스르셔야 합니다. 긴 싸움이 될 것입니다. 지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故 채현인씨의 어머니 강현순님은 이태원 희생자와 가족들을 향한 혐오의 말들에 대해 그분들의 진짜 마음은 아닐 거다.  정치때문에 그렇다며 스스로 위로하셨다고 합니다.  

"용산 구청장 무죄 판결날 난 기사를 읽어 보고 그 아래에 달린 댓글을 쭉 읽어봤어요. 거기에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조롱, 희롱의 말이 써 있었어요. 강아지가 죽어도 그런 말은 못할 텐데, 우리나라가 정치때문에 이렇구나 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했어요."

"우리 유가족 엄마들하고 얘기해 보면 아이들이 다 너무 착하고, 공부만 하던 아이들이었어요.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그날 하루 머리 식히러 나간 애들인데... 정말 열심히 살다간 애들이 국가의 잘못된 행동으로 갔다고 그렇게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세월호 참사때처럼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모욕을 가하는 2차 가해가 이태원 유가족의 가슴을 찌르는 상황에 참담해 졌습니다. 울고있는 사람, 울부짖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함에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멈추도록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유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참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자"는 김지훈 신부(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님의 말씀처럼  참석자들도 이번 간담회로 이태원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더 관심갖고 함께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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